프란치스코 교황이 반복해서 “우크라이나의 순교자들”이라고 불렀던 이들의 고통 속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의 흔적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성주간에는 현대의 십자가의 길에 대해 묵상할 수 있도록 ACN이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성주간 동안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14처로 구성된 오랜 관행에 따른 십자가의 길 기도를 통해, 각 처를 따라 그리스도 고난의 특정 순간을 묵상한다.
하지만 전 세계 여러 지역의 많은 사람에게 십자가의 길은 상상할 필요가 없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는 사회 전체가 이미 끝이 없어 보이는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다.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얼마나 많은 아버지, 아들, 형제가 이 전쟁에서 죽음을 선고받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내와 아이들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그들이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절망감을 느꼈는가? 그리고 돌아온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죽어가고 있는가?
600명 이상의 군인이 묻혀 있는 리비우의 리차키프스키 묘지(출처=ACN 자료사진)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셨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많은 십자가가 있다. 신학생인 이호르는 이 십자가를 경험했다. 그는 선천적으로 질환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하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그는 수술을 받기 위해 폴란드로 향하던 중이었지만 국경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진짜 십자가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그곳에서 본 것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전쟁을 피해 하르키우에서 온 난민들로 모든 길이 막혀 있었습니다. 많이 사람이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국경 울타리 너머로 아이들을 던졌습니다. 그것이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세 번 넘어지는 야로슬라프
전통에 따르면 예수님은 골고타를 향하여 십자가를 지고 가다가 세 번 넘어지셨다. 야로슬라프 역시 삶에서 세 번 넘어졌다. 첫 번째는 사고를 당해 손이 마비되어 일할 수 없게 되었을 때다. 그리고 2014년 고향 도네츠크가 분리주의자들과 우크라이나 군대 간의 전투 중심지가 되어 모든 것을 버리고 자포리지아로 떠나야 했다. 마지막으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남은 재산을 처분하며 리비우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다행히 야로슬라프는 알베르토 수도회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십자가의 길 4처는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는 장면을 묵상한다. 이때 성모님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트라우마 치료를 돕는 류드밀라 세리이브나는 키이우의 카푸친 수도원에서 실종 또는 사망한 군인의 어머니를 위한 피정에서 매일 성모님의 고통을 목격한다. “자녀를 잃은 여성들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해 자신을 고립시키고 가족을 힘들게 합니다. 저는 항상 이 여성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지 걱정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이 얼마나 많이 변화하고 삶에 맞설 용기를 되찾는지 놀랍습니다.” 연대의 표시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ACN 대표단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키이우의 카푸친 수도원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돕는 류드밀라 세리이브나(출처=ACN 자료사진)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을 묵상합시다.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십자가의 길의 일부 처는 주변인들의 관대함을 언급한다. 어떤 경우에는 키레네의 시몬이 예수를 위해 십자가를 지고, 또 다른 경우에는 베로니카가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준다. 나중에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은 빌라도에게 예수님의 시신을 내달라고 청하고 장례를 치른다. 알베르토 수도회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있었다. 2022년 침공으로 그 숫자는 더 늘어났다. 알베르토회 수도회 버나드 수사는 “저희는 응급 구조대, 구급대원 같은 존재입니다. 길거리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 매우 배고픈 사람을 매일 만납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주민 대부분은 알코올 중독자, 노숙자, 마약이나 도박 문제가 있는 사람, 전쟁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리비우 주민들과 난민들에게 매일 약 300명분의 따뜻한 수프와 커피, 빵을 제공합니다.”라고 ACN에 말했다.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수난당하는 예수님과 함께하며, 예수님을 위해 울었던 예루살렘의 여인들처럼, 알베르토회 여성 수도회는 신생아를 포함해서 40명의 여성 실향민들을 돌보며 특별한 용기를 보여준다.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벌거벗겨지고 굴욕당하는 예수님
예수님은 마침내 수난당하시고, 벌거벗겨진 채 굴욕을 당하셨다. 전쟁은 타인의 인간성을 모욕하고 파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유용한 위장막이다. 침공 후 첫 달, 부차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 군대가 다시 마을을 장악했을 때, 고문과 처형을 당한 수백 명의 민간인 시신이 묻힌 대규모 무덤이 발견되었다. 희생자 중 상당수는 어린이였고, 일부는 강간당하고 불에 태워졌으며, 일부는 뒤통수에 총을 맞았다.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인나는 남편의 죽음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 그녀의 남편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점령하며 시작된 전쟁에서 사망했다. 이르핀 시는 그를 기리기 위해 포스터를 배포했다. 러시아가 침공한 2022년 인나는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이르핀을 떠났다. 그녀는 나중에 점령군 병사들이 포스터를 뚫고 총을 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나는 그들이 남편을 두 번 죽인 것 같다고 느꼈다.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올하도 2022년 러시아의 침공 때, 남편을 잃었다. 그녀는 저녁에 남편과 통화하면서 그가 너무 피곤한 것 같아서 잠시 후에 다시 연락하자고 했던 것을 기억한다. 이후 두 사람은 다시는 연락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남편이 있던 건물에 불이 났고, 머리를 다치고 40분 동안 사투를 벌였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말한다.
2022년 러시아 침공으로 남편을 잃은 올하(출처=ACN 자료사진)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십자가의 길 14처에는 예수님이 무덤에 누워 계시는 것을 묵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매장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은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은 남편이나 아버지, 아들이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더 큰 고통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학생 비탈리는 2022년 12월 최전방 바흐무트 근처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그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여전히 슬퍼하지만, 그의 할머니는 그에게 적어도 아버지의 생사의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위로를 건넸다.
제15처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을 묵상합시다.
그러나 십자가의 길은 부활이라는 분명한 끝이 있다. 이 고통의 끝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위로의 원천이 된다. 예수님은 다시 살아나셨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기를 기도하면서 언젠가는 삶과 평화, 기쁨이 다시 찾아오리라는 믿음으로 용기를 얻는다. 결국, 이것이 부활의 의미이며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를 위해 성 주간 동안 기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