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의 가자 지구에 대한 평화 호소에 부응하는 ACN
가자 지구는 현재 최근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를 겪고 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 산하 독립 조사위원회는 9월 16일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에 대해 집단학살을 자행했으며, 거의 2년간 지속된 분쟁에서 ‘반인류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지었다. 깊은 충격에 빠진 교황 레오 14세는 9월 17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직면한 강제 추방 외의 해결책을 국제사회가 함께 모색할 것을 재차 촉구하며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폭력과 혼란 속에서도 가자 지구 동쪽 자이툰(Zeitoun)에 위치한 가톨릭교회 성가정 성당은 폐허 속 생명의 오아시스로 남아있다. 성가정 성당의 주임사제로서,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말씀 선포회(Institute of the Incarnate Word) 소속의 선교사제인 가브리엘 로마넬리(Gabriel Romanelli)신부는 같은 선교회의 사제 2명과 여성 수도자 2명, 사랑의 선교회 여성 수도자 3명과 함께 약 450명의 난민들을 돌보고 있다. 여기에는 다수의 가톨릭과 정교회 신자들이 해당되지만 무슬림과 장애인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주말인 9월 13-14일에 로마넬리 신부는 교황청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돕기 ACN에 “상황이 끔찍하지만, 하느님께 감사하게도 우리는 무사합니다. 이 전쟁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웃과 가진 것을 나누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전쟁이 끝나야 한다는 점입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예루살렘 가톨릭교회(라틴) 총대주교청의 사업개발본부 조지 아크루쉬(George Akroush) 본부장은 9월 18일(목) 예루살렘에서 가자 주민들이 최근 몇 주간 더욱 악화된 극도로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현실을 직접 확인했으며 이를 다음과 같이 전해왔다. “민간인들은 계속해서 폭격, 강제 이주, 식량·의약품·전력 급격한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 군은 가자 지구의 좁은 도로가 탱크나 대형 군용 차량 통행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고려해, 곧 있을 지상 작전을 준비하는 듯 가톨릭교회(라틴) 구역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주택들을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인근 파괴 작업은 가족들을 끊임없는 공포와 걱정 속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폭탄 아래의 삶과 인내
가자 지구를 향한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가정 성당에서 소임을 맡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마지막까지 머물기로 결정했다. 로마넬리 신부는 “노약자, 병자, 지친 이들, 우울한 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끝까지 남아 바로 고통받는 이들을 계속 섬기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는 단순히 인간적이고 영적인 관찰입니다.”라고 말했다.
조지 아크루쉬는 ACN에 주어진 조건들과 상황들 속에서 이러한 결정이야말로 올바른 선택이라고 가톨릭(라틴) 총대주교청은 믿는다고 확신시켰다. “가자 지구 내 어느 곳도 진정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기에, 우리 신자들과 주민들이 성당에 머무는 것은 현명한 결정입니다. 떠난 이들은 생애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거리 한복판에 텐트가 세워지고, 위생 상태는 극도로 열악하며, 모든 것이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무엇보다도 죽음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으며, 가자 지구에는 안전한 장소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쟁 속 일상의 기적
이 인도주의적 비극의 공포가 기쁨의 흔적을 모두 지우지는 못했다. 최근 몇 주간 성가정 성당에서는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는 흔해 보일 수 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참으로 기적이라 할 수 있는 사건들이 목격되었다. 두 젊은 난민의 결혼식, 공동체 최연소 그리스도인 아기 마르코의 탄생, 그리고 성모 축일 행사로 어린이, 청소년, 성인들에 대한 스카풀라(scapular) 축복 및 착복식이 있었다.
로마넬리 신부는 메시지에서 “주님께서 이 갓난아이를 통해 당신의 선하심과 현존을 보여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성 요셉 기도방 운영은 두 달간의 중단 끝에 8월 말 재개되었으며, 화요일 이스라엘 공격 이틀 전에 로마넬리 신부는 ACN에 이번 주말부터 학교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생명의 오아시스와 같은 표징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가톨릭교회 성가정 성당에 또 다른 기쁨의 샘이 더해졌는데, 바로 교황께서 함께하는 친근함이다. 교황 레오 14세는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공동체 안부를 묻고 축복을 주었다.
ACN, 교황의 호소에 동참하다
최근 유엔 성명과 함께 ACN은 국제사회가 평화의 길을 열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며 충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보장하기 위해 긴급하고 조율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 교황 레오 14세의 최근 호소에 동참한다.
로마넬리 신부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계속 기도하며 모든 이에게 선을 베풀려고 노력합니다. 우리를 지지해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모든 이를 위해 계속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