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부터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방가수(Bangassou)교구의 교구장으로 재임 중인 아우렐리오 가제라(Aurelio Gazzera) 주교는 교황청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본부를 방문 중에 이 나라가 보여준 그리스도인과 무슬림 간의 관계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오랫동안 규모가 큰 두 개의 무장단체 간의 갈등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주로 무슬림 반군 무장단체로 구성된 셀레카와 이에 대항하는 또 다른 반군 무장단체인 안티 발라카로 이들은 주로 그리스도교와 토속신앙에 기반을 둔 정령주의 전사들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 나라에는 두 반군으로부터 부분적으로 생겨난 여러 무장단체까지 있어 그 구성이 변화하고 있다.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모든 이들의 노력으로 현재 두 종교의 구성원들 간의 관계는 결실을 계속해서 맺고 있다.
방기수교구장 아우렐리오 가제라 주교(출처=ACN 자료사진)
“오늘날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의 관계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모두가 불을 지르지 않으려고 매우 조심합니다.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습니다.”라고 가제라 주교는 말한다. “제가 교구 내 지역 본당에서 성탄 대축일 미사를 집전했을 때 그곳 이맘이 참여하여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가제라 주교는 전쟁과 수많은 긴장으로 점철된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심장부에서 30년 이상 선교 활동을 했다. “2013년 전쟁은 무슬림과 그리스도인 간의 종교적 갈등으로 표현되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종교에 속해 있더라도 그것은 무엇보다도 민족적, 정치적 갈등이었습니다.”
두 종교 공동체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가톨릭 전례 예식에 초대받아 함께한 무슬림 지도자(출처=ACN 자료사진)
가제라 주교는 전쟁 중 많은 가톨릭 수도자와 사제들이 무슬림 형제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여준 용기를 기억하며, 어느 한 수도회에 수용된 무슬림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안티 발라카는 수녀님들의 운영하는 학교 정문을 넘어와 그곳에 수용되어 있던 난민들을 체포했습니다. 그러자 여러 수녀 중 한 명이 목숨을 걸고 반군 지도자에게 가서 ‘당신은 범죄자입니다! 당신은 난민들이 있는 곳에 들어갈 권리가 없습니다. 그들을 보내줘야 합니다.’ 그러자 반군 지도자는 그렇게 했습니다.”
가제라 주교는 또한 10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 방기 방문이 미친 영향도 강조했다. 당시 상황은 극도로 불안정했고 증오와 복수의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따라서 계속되는 폭력 사태로 인해 교황은 방기를 방문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받았다. “2015년 11월 30일 종합 운동장에서 미사가 있던 날,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최고 이슬람평의회 의장인 이맘 오마르 코비네 라마야(Omar Kobine Lamaya)의 입장은 가톨릭 신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으며, 잊을 수 없는 형제애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화해의 몸짓은 교황의 방문과 더불어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 종교 간 대화를 촉진하였습니다.”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복음화 130주년을 맞이하면서, 가제라 주교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음과 같이 표명했다. “제 꿈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이 평화를 찾고 국민들이 존엄하고 연대하며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이 나라는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방기대교구장 디우도네 은자팔랭가(Dieudonné Nzapalainga) 추기경(왼쪽)과 오마르 코비네 라마야 이맘(오른쪽)은
분쟁 기간 동안 국내외를 오가며 끊임없이 활동하여 평화와 화해를 촉진시키며 협력했다.(출처=ACN 자료사진)
가제라 주교는 중앙아프리카 최초의 사제이자 국가의 아버지인 바르텔레미 보간다(Barthélemy Boganda)의 모범이 이 나라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간다는 이 나라에 대한 위대한 비전을 지녔었습니다. 우리는 그의 사목표어인 일치, 존엄성, 노동을 기억해야 합니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연초에 발표된 중앙아프리카 주교들의 메시지는 민족과 종교 간의 차이를 “상호 풍요로움의 원천이며, 하느님의 세 위격은 서로 실제적으로 구분되지만, 오직 하나의 본이자 하나의 실체이시기에 무엇보다도 바로 이 하느님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으로써 소중히 여기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문서에서 주교들은 교회와 국가가 “분열과 종족주의의 근원을 그들 가운데서 몰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